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유난히도 안개가 낀 7월입니다. 그리고 또 나의 집에서 제일 큰 괘종시계가 7번의 종을 울린 시간이기도 합니다. 아…, 참으로 무더운 시간들이었습니다. 내리쬐는 볕은 나의 살을 타게 했고, 그늘 아래서나 겨우 숨 한 번 토해내기가 힘든 그런 시간들이었습니다. 하지만 그랬던 날도 이제는 내게 사치스러울 만큼 아름다운 날들이었다는 것을 지금은 압니다.

서두가 길었지요, 나는 여행에 갈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. 하얀 꽃을 사서 갈 거예요. 워낙에 가진 것이 없기도 했지만, 꽃 한송이만 들고 가는 여행도 제법 낭만적이지 않나 싶어서 입니다. 집 밖으로 나서기엔 버거운 여름이지만, 그가 사랑한 계절이라 상관 없습니다. 그가 사랑하는 것이, 내가 사랑하는 것이니까요. 그래서 내가 여지껏 세상을 완전히 미워하지 못하는 이유일지도 몰라요.

가면 무엇을 할까요? 일단은 맛있는 걸 먹을 겁니다. 그는 고기를 좋아하니, 여러 가게를 둘러보며 잔뜩 돌아다니게 될 거예요. 아마 내게는 버거울지도 모르겠지만, 그래도 이번 여행에 내 몫의 소화제는 더는 필요하지 않을 것 같아요. 아무튼, 먹고 나서 조금 걷겠지요.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 아래서 얘길 하며 걸을 지도 모르고요. 서로에 대한 낯간지러운 말은 나오지 않을 거예요. 나도 그렇고, 그도 그런 말하는 것은 굉장히 낯부끄럽거든요.

아, 한 가지 아쉬운 것이 있어요. 성미 급한 그는 여름날의 태양을 삼킨 한 것 마냥 내 심장만 새까맣게 태워버린 채 먼저 가버리고 말았습니다. 참, 오해는 마세요. 그가 일부러 그런 건 아니랍니다. 거북이처럼 느릿느릿 움직이는 저를 항상 배려해주던 사람이었는데, 시간이 어그러진 것이 그의 탓은 아니니까요. 물론, 지금도 몹시 그가 보고 싶지만… 그래도 곧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하니까 나도 모르게 바보 같은 웃음을 짓게 되어요.

……다가오는 일요일에 그를 따라 여행을 갑니다. 그가 없으니 티켓은 한 장이면 충분하겠지요. 긴긴 여행이 될 것 같아요.

행선지는 모릅니다. 다만, 이제 그 누구도 우리에게 상처주지 못하는 멋진 곳으로 갈 거예요. 그리고 가장 큰 밤하늘을 아래에서, 그와 함께 별을 구경할래요.

나날이 저물어가는 여름이 장마에 익사하기 전에,

부디 나의 목소리가 멀리 있을 그에게 닿길 바라며 이만 말을 줄이겠습니다.

아인체이스 이스마엘, 마침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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